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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구름이에요.
요즘 너무 핫한 소설집, 장류진 작가님의 <일의 기쁨과 슬픔>이라는 책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제가 너무 아끼는 '듣똑라(듣다보면똑똑해지는라디오)' 방송에 최근 장류진 작가님이
출연하셔서 어떻게 전업 작가의 길에 들어서게 되었는지, 책 내에서 인상적이었던 부분들은 무엇인지 등에
대해 이것저것 얘기를 해주셨는데요.
읽기 전에 들었던 방송이었지만, IT업계(판교)를 배경으로 하여 밀레니얼 세대가 일하는 방식이
잘 드러나 있는 소설집이라고 해서 기대가 되었어요.
잠깐 작가님의 이력에 대해 TMI를 풀어보자면,
연세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IT업곙 7-8년 정도 몸을 담고 있다가
글을 쓰는 문화센터 수업을 수강했던 게 작가의 길로 들어서는 전환점이 되셨다구 해요.
이후 퇴사 하고 국문학과 대학원을 다니면서 글을 쓰셨고(이때만 해도 전혀 전업 작가는 생각이 없으셨다구)
최근 짧은 소설들을 모아서 소설집을 내면서 전업 작가의 길을 시작하셨답니다.
장류진 작가의 <일의 기쁨과 슬픔>은 각기 다른 주인공들이 등장하는
짧은 단편소설들로 구성되어 있는 소설집입니다.
*목차*
- 잘 살겠습니다
- 일의 기쁨과 슬픔
- 나의 후쿠오카 가이드
- 다소 낮음
- 도움의 손길
- 백한번째 이력서와 첫번째 출근길
- 새벽의 방문자들
- 탐페레 공항
이렇게 8개의 단편소설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책을 읽고 나서 지극히 저의 개인적인 감상과 TMI로 점철된 평을 말씀드릴게욧.
특히, 정말 판교에서 일했던 경험이 있는 직장인이라면 정말 웃으면서 공감할 수 있는 포인트가 정말
많았는데요 ㅋㅋㅋ 저도 카카오에서 일하면서 느꼈던 포인트들이 고스란히 책에도 들어 있어서
정말 깔깔 대고 웃거나 등장인물의 감정에 과몰입하기도 했습니다.
각 소설마다 할 얘기는 끝도 없이 많겠지만, 전반적으로 소설집을 읽으면서
공통적으로 들었던 생각에 대해 공유해볼까 합니다.
1. 지극히 현실적이어서 편하게 볼 수만은 없는 이야기
대부분 소설에서는 인물에게 너무 많은 짐을 지운다. 짐을 지운다는 게 무슨 뜻이냐면,
한 인물로 하여금 모든 시대상, 연령, 성별 등 모든 상징성을 부여해 독자들에게 많은 의미를
전달하게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큰 틀에서는 평범한 인물처럼 보여도 실제 현실이라면 동시에
가지기 어려운 특성이나 성격을 함께 가지기도 한다. 장류진 소설에서 인물들은 극히 평범하고
현실적이어서 읽는 와중에 계속 내 주변 실제 인물 누군가를 떠오르게 한다.
그래서 스토리에 공감하지만, 그렇다고 현실에서 벗어나 소설 속에 빠지기 보다는 읽는 내내
본인의 현실 및 상황과 병치한 채로 소설을 읽게 된다.
그래서 다른 소설을 읽을 때는 보통 소설을 읽는 시간 동안만큼은 주인공의 감정과 상황에 몰입해서
주변 맥락을 이해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장류진 소설은 읽는 내내 나의 현실에서 벗어날 수 없다.
2. 자본주의 시대에서 살아가는 밀레니얼 세대의 특징
대학교를 다닐 때만 해도 우리 세대가 어른들이랑 뭐가 그렇게 다르다는 거지? 하며
큰 공감을 하지 못했었던 것 같다. 물론 사소한 말다툼과 의견 차이는 언제나 항상 있었지만
그건 나와 부모님의 경우지, 이 사회의 모든 세대가 그런 문제를 겪으리라고 생각을 하지는
못했던 듯 싶다. 그러나, 대학교를 졸업해 회사에 들어가고 상사에게 말도 안되는 걸로 욕을 먹고
외모 지적을 당하고, 열정이 없다는 소리를 거듭 듣는 술자리에 가고 등등을 겪으며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 세대 간의 차이가 분명히 있고 굉장히 좁히는 게 어렵다는 걸 피부로 느꼈다.
소설집 중간 중간에 보면, 숫자로 계산하는 주인공들의 계산법이 종종 나온다.
청첩장을 주기 위해 빛나언니를 만나러 나가는 자리에서도, 첫 월급을 어떻게 쓸건지
1만원 단위로 계산하는 신입사원에게서도 나의 시간과 열정과 노력을 대가로 받는
'돈'을 어떻게 쓸건지를 착착 계산한다. 받는만큼 준다는 그 사고방식이 대체로 옳다는 사고는
어떻게 보면 주인공들의 디폴트값으로 작용한다. 이 작동방식이 그런데 때로 적용되지 않는 사람도 있다.
빛나언니처럼, 혹은 노래하는 장수처럼. 그 룰과 규칙을 깨는 사람들은 밀레니얼 세대 내에서도
어울리기 쉽지 않다. 정량적인 수치로 모든 것을 환산하여 철저하게 계산하는 사회에서
이런 사람들은 잘못된 시간, 잘못된 장소에 태어난 걸까. 사실 이런 사람들은 언제나 존재해왔을탠데,
요즘은 더 살아남기 어려울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런 사람들에 대해서 약간은
답답하고, 융통성 없고, 눈치 없는 듯한 부정적인 이미지로 소설 속에서 표현되었지만
진심으로 미워할 수는 없는 인물들이다. 자기들도 나름대로는 정말 열심히, 처절하게
삶을 살아내려고 노력하고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도 룰을 잘 따르지 못하는 이런 사람들을
마주하면서 멈추고 자기 자신을 돌아볼 기회를 얻게 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정확하고 신속하게 자기를 인식하고, 스스로 가진 자산을 판단하는 밀레니얼 세대이지만
한편으로는 그렇지 않은 부분을 마주했을 때 느끼는 사소한 기쁨과, 놀람, 소소한 다정함 등으로
또 살아갈 힘을 얻고 있다.
3. 한 쪽으로 기우는 것도 용기가 필요한 이 시대의 평범한 직장인
밀레니얼 세대라고 불리는 2030 연령대의 사람들은 소위 신자유주의 시대라고 불리는 흐름 속에서
상당히 이전과는 다른 환경 속에서 자라왔다. 시장에서 정부의 역할이 축소되면서
기회가 많아졌다고도 볼 수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개인적 역량이 엄청나게 중요해졌다.
개인에게 기회가 많아진 대신, 개인이 모든 책임도 져야 한달까.
정말 자기가 좋아하는 게 뭐고, 행복하게 일하는 방법이 무엇인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할 미래를 고민하기보다 사회에서 평균이라고 규정하는 기준에 도달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도태되는 순간, 공통의 기준으로 묶이지 못하고 소외되기 십상이다.
여전히 한국에서 자기 목소리를 온전히 내기는 쉽지 않다.
한 쪽으로 기우는 것도 용기가 필요하다.
장류진의 이 책은 제목처럼 정말 일(work)에서 오는 기쁨과 슬픔을 다루기보다
일을 하는 인간의 기쁨과 슬픔을 다각도에서 다룬 책이라고 생각한다.
<일의 기쁨과 슬픔>을 읽으며 인상적이었던, 혹은 유난히 공감이 되었던 문구들을 소개하면서
도서 추천을 마무리할까 합니다. 여기부터는 아직 책을 읽지 않으신 분들께는 약간의 스포가
될 수도 있으니, 참고 부탁드립니다.
p 16. 회사 전체를 휩쓸고 있는 이 수군거림의 주인공이 빛나 언니가 아니라 내가 될 수도 있었다고
생각하니 한없이 아찔했다.
p 17. 나는 빛나 언니가 내 몫의 불행을 대신 뒤집어써준 것만 같아서 조금 미안해졌다.
p 20. 정말 몇천원짜리 커피 한잔 얻어먹으려고 이러는 건가? 아니면 정말 아무 생각이 없는 건가?
전자라면 너무 쪼잔했고 후자라고 해도 그 무신경함에 짜증이 났다.
p 37. 우리 대표는 스크럼을 아침 조회처럼 생각하고 있으니 심히 문제였다.
p 37. 하지만 다들 대표나 이사와 이야기할 때는 "저번에 데이빗께서 요청하신..."
혹은 "앤드류께서 말씀하신..." 이러고 앉아있었다. 이럴 거면 영어 이름을 왜 쓰나?
문제는 대표인 데이빗이 그것을 싫어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p 50. "이상하다는 생각을 안 해야 돼요. 그 생각을 하기 시작하면 머리가 이상해져요."
P 96. "우리, 대화가 잘 통한다고 생각했어요?" "네."
"음... 제가 말을 잘하는 게 아닐까요?"
p 142. 우리 부부는 아이를 가지지 않기로 했다. 나에게 아이는 마치 그랜드 피아노와 같은 것이었다.
평생 들어본 적 없는 아주 고귀한 소리가 날 것이다. 그 소리를 한번 들어보면 특유의 아름다움에
매혹될 것이다. 너무 매혹된 나머지 그 소리를 알기 이전의 내가 가엾다는 착각까지 하게 될지 모른다.
당연히, 그만한 가치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책임감 있는 어른, 합리적인 인간이라면 그걸 놓을
충분한 공간이 주어져 있는지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집 안에 거대한 그랜드 피아노를 들이기 전에
그것을 놓을 각이 나오는지를 먼저 판단해야 할 것이다. 아무리 부족해도 어떻게든 욱여넣고 살면
살아진다는 것도 알고 있다. 집이 아니라 피아노 보관소 같은 느낌으로 살면 될 것이다.
p 193. 나에겐 고심 끝의 결정이자 엄청난 도전이고 인생의 특별한 이벤트였는데,
다 준비하고 나서 보니 결국 남들이 한번씩 해보는 걸 나도 똑같이 하는 데 지나지 않았다는 게.
유행의 일부일 뿐이라는 게, 그저 준비운동을 마친 것일 뿐이라는 게,
조금은 씁쓸하게 느껴졌다.
p 204. 스펙만 볼 것이 아니라 중고등학교 생활기록부까지 다 봐야 하는 게 아닌가?
이를테면, 그래도 육년 내내 생활기록부에 장래희망이 '다큐멘터리 피디'라고 되어 있는 사람은
적어도 면접은 한번 보게 해줘야 하는 게 아닌가? 이런 생각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