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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원래 책을 잘 읽지 않았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책 욕심은 많았지만 실제로 읽는다기보다는 책꽂이를 채우고 스스로 만족해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있어보이기 위해 책을 읽는 '척'을 했었던 것 같아요. 끈기가 부족해 끝까지 완독하는 경우는 굉장히 드물었습니다. 독서가 중요하다는 건 알았지만 좀처럼 습관이 들지 않았어요.

 

그렇게 대학교 2학년 1학기를 마치고, 공군에 입대를 했고, 복지대대에 배치를 받았습니다. 제가 맡은 보직은 복지시설 관리병이었어요. 외래자 숙소, 헬스장, 당구장, 목욕탕 등 웬만한 복지시설은 전부 관리를 했어요. 주된 업무 중 하나는 복지시설을 운영하며 카운터를 보는 일이었습니다. 처음에는 그 시간에 다른 공부를 하려고 했지만 생각보다 집중이 잘 안 돼서 책을 읽기로 했습니다. 돌이켜보면 제가 그렇게 온전히 책을 읽는 데에만 절대적인 시간을 확보할 수 있었던 건, 군대 안이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처음엔 역시나 책이 잘 안 읽혔습니다. 하지만 꾹 참고, 의식적으로 책을 계속 읽었습니다. 집중력이 너무 떨어진 것 같으면 다른 책을 펼쳐들었습니다. 그때부터 저는 한 번에 한 권씩 읽기보다는 여러 책을 동시에 읽기 시작했어요. 소설 책을 읽다가 집중이 잘 안되면 경영 관련 책을 읽었습니다. 다행히 다른 책을 읽어도 바로 집중이 됐어요.

 

"책을 읽는 데에도 근력과 경험이 필요하고 그것은 습관과 시간으로 길러집니다. 이 독서력을 굳이 그래프로 표현하자면 포물선이 아니라 계단식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서서히 올라간다기보다는 단계가 있는 거죠."

 

"책 한 권 읽는 것으로 독서의 재미가 바로 얻어지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어느 단계에 올라가면 책만큼 재미있는 게 없어요. 그 재미가 한 번에, 단숨에 얻어지는 게 아니어서 더욱 의미가 있고 오래갈 수 있는 겁니다."

 

"어떤 일이라는 건 어떤 단계에 가기까지 전혀 효과가 없는 듯 보여요. 하지만 그 단계를 넘어서면 효과가 확 드러나는 순간이 오죠. 양이 마침내 질로 전환되는 순간이라고 할까요. 그게 독서의 효능, 또는 독서의 재미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렇게 몇 달을 보내다보니 저 스스로 책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마침내 책읽기에 재미를 붙이게 된 것입니다. 그렇게 군생활을 하면서 시간이 날 때마다 책을 읽고 또 읽었어요. 동기가 ‘활자 중독증’이 아니냐며 장난을 칠 정도로 열심히 읽었습니다. 그리고 책 속에서 감명깊게 읽은 문장이 있을 때면 열심히 공책에 펜으로 옮겨 적었습니다. 병장 즈음에는 알랭 드 보통의 ‘불안’이라는 책에 대해 독후감을 써서 포상휴가도 탔습니다. 그렇게 독서는 제 군생활의 가장 단순하면서도 명확한 목표였습니다.

 

그렇게 2년의 군생활 동안 저는 총 300권의 책을 읽었습니다. 장르를 가리지 않고 흥미있는 혹은 추천 받은 책들을 읽었어요. 그리고 그 당시 제가 가장 따르던 독서 멘토가 바로 이동진 평론가였습니다. '이동진의 빨간책방'이라는 팟캐스트를 처음 듣기 시작한 게 그때 즈음이었습니다. 큰 행운이었지요. 빨간책방에서 추천하는 책들을 미리 읽어보고, 팟캐스트로 해당 에피소드를 들으며 정말 풍부한 독서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항상 이동진 평론가님의 더할 나위 없이 깔끔한 요약 능력과 풍부한 어휘력에 감탄하며 팟캐스트를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 이동진 평론가님이 독서법에 대해 쓰신 책이라니, 안 읽을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읽으면서 정말 많이 배우고 공감하며 감탄했습니다. 역시 이동진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책을 사랑하는 모든 분들에게 강력 추천드리는 책입니다. 더 구체적인 내용이 궁금하시다면, 매터오브 R 서재에 놀러와주세요.


👐 책날개 저자소개 | 이동진

영화에 대한 글을 쓰는 직업을 가지고 꽤 오랜 세월을 살아온 게 복(福)이었는지 혹은 액(厄)이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그 일을 20세기 말에서 21세기 초에 걸친 기간 동안 한국에서 해올 수 있었던 것은 분명 행운이었다. 내가 디디고 선 땅 위에서, 내가 사용하는 언어로, 내가 호흡하는 공기를 다룬 영화들이 서서히 끓기 시작해 정점에 도달하는 순간을 코앞에서 목도하는 것은 경이로운 경험이었다.

내가 사랑했던 영화들처럼 나의 세계도 정점에 도달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나의 시간 역시 가끔씩 끓어오른다. 그리고 기포가 사라진 한참 후까지 지치도록 반추한다. 직업인으로서나 자연인으로서 나는 그런 사람인 것 같다. 나는 이해하기 위해 믿는다. 나는 버텨내기 위해 쓴다. 쓰고 또 쓴다.

네 살 때 고향을 떠나 고향에 대한 기억 자체가 없다. 내내 서울에서 자랐지만 이사를 자주 다녀 마음을 둔 곳이 없다. 동창회가 어색해서 가본 일이 거의 없기에 출신 학교들에 대한 소속감도 별로 없다. 어찌어찌 하다보니 ‘신문사 기자’ 생활을 십 수년간 했고, 또 어찌어찌 하다보니 ‘영화평론가’로 불리게 됐다. 영화를 너무나 좋아했지만 한 번도 꿈꾸진 않았던 ‘영화 전문가’가 됐고, 글쓰기에 대한 절망의 끝에서 ‘글쟁이’가 됐다. 꿈이 없었다기보다는 꿈을 지탱할 만한 의지가 없었다. 그리고 이제, 삶에서 꿈이 그렇게 중요한가라고 되물으며 변명한다.

여전히 핑크 플로이드를 듣고 여전히 이승우를 읽으며 여전히 타르코프스키를 본다. 그리고 여전히 글을 쓰고 싶다. 10년 전에 내가 좋아했던 것을 아직까지 좋아하듯, 다시 10년이 지나도 지금 내가 좋아하고 있는 것들을 계속 좋아할 수 있기를. 그저 그럴 수만 있다면.

서울대학교 종교학과를 졸업하고 1993년부터 조선일보의 영화 담당 기자로 활동했다. 현재 1인 미디어 ‘이동진닷컴’을 설립하고 깊이 있는 영화 리뷰와 인터뷰 기사를 발표하는 한편 TV, 라디오 등에 출연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이동진의 시네마 레터』, 『함께 아파할 수 있다면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낯선 거리에서 영화를 만나다』, 『필름 속을 걷다』, 『부메랑 인터뷰―그 영화의 비밀』, 『길에서 어렴풋이 꿈을 꾸다』, 『밤은 책이다』 등이 있다. 「금요일엔 수다다」, 「접속! 무비월드」, 「이동진의 빨간책방」, 「이동진의 굿무비」 등의 방송에 출연하고 있다.


✍️ 매터오브가 고른 문장

<1부>

책을 좋아하는 사람과의 대화는 언제나 즐겁고 마치 재미있는 책을 또 한권 읽는 느낌을 줍니다.

 

정보를 얻기 위해 책을 읽기도 하고, 있어 보이기 위해 책을 읽기도 합니다.

 

인터넷의 파편화된 정보에만 의지하게 되면 전체적으로 파악하는 통찰력이 부족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깊이 있는 내용이 체계적으로 담겨 있는 것이 역설적으로 정보를 얻는 더 빠른 방법일 수 있습니다. 그 맥락과 위치를 아는 게 정보의 핵심인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있어 보이고' 싶다는 것은 자신에게 '있지 않다'는 걸 전제하고 있습니다. '있지 않은 것'을 보이고 싶어 한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허영이죠. 저는 지금이 허영조차도 필요한 시대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정신의 깊이와 부피가 어느 정도인지 알고 있고 그것을 채우기 위해 노력하는 것. 그래서 영화든 음악이든 책이든 즐기면서 그것으로 자신의 빈 부분을 메우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것. 그것이 바로 지적 허영심일 거예요.

 

깊이가 전문성이라면 넓이는 교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지적인 영역에서 교양을 갖추지 않는다면 전문성도 가질 수 없죠. 사람들은 대체로 깊어지라고만 이야기하는데, 깊이를 갖추기 위한 넓이를 너무 등한시하는 것 같아요.

 

왜 문학을 읽어야 하냐고 묻는다면 저는 두 가지 때문이라고 말해요. 하나는 인간이 한 번밖에 못 살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간접 경험보다는 직접적인 경험이 더 중요하다고 말하는 경향이 있죠. 그런데 직접적인 경험보다 간접적인 경험이 더 핵심을 보게 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습니다. 소설은 인생의 변수들을 통제하고 정리해서 만들어낸 이야기잖아요. 그러니 우린 소설을 통한 간접적인 체험으로 삶의 문제를 더욱 예리하게 생각할 계기를 갖게 됩니다. 미국에 갈 수 없기 때문에 미국에 관한 책을 읽는 게 아니라, 미국에 직접 가보고도 알 수 없는 것들을 책을 통해서 알 수 있는 거죠.

문학을 읽어야 하는 이유를 하나 더 들자면, 문학은 언어를 예민하게 다루기 때문입니다. 언어는 너무나 중요합니다. 보통 언어는 도구라고 생각하지만 저는 도구가 아니라 생각 그 자체라고 말하고 싶어요. 예를 들어 사랑한다는 말은 워낙 감정적으로 강력하고도 유용한 말이기 때문에 상업적 이유를 포함해서 지나치게 과용되고 있죠. 그러면 그 말을 진짜로 하고 싶어도 멈칫하게 되잖아요.

 

베스트셀러 순위에 오른 어떤 책들은 지금 많은 사람들이 무엇을 욕망하는지, 무엇이 결여되었다고 느끼는지를 직설적으로 보여줍니다.

 

책을 읽어야 하는데, 많이 읽고 싶은데, 하고 생각하신다면, 가방 안에 책이 있는지 또 지금 가장 가까운 곳에 책을 두고 있는지 한 번 살펴보세요. 그것부터 시작입니다.

 

책 읽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모두 자신이 좋아하고 잘 맞는 독서 환경을 알고 있습니다. 각자에게 책이 가장 잘 읽히는 기분 좋은 장소나 상황이 있는 겁니다.

 

우리는 기본적으로 생각하는 법, 세상을 대하는 법을 배우기 위해 책을 읽는 것이지 그 구체적인 내용을 일일이 기억하기 위해 책을 읽는 건 아닙니다. 그럼에도 이왕 읽은 책, 인상적인 것들을 기억해두고 싶다면, 눈뿐만 아니라 입과 귀와 손을 함께 사용해서 책을 읽으면 좋겠지요.

저는 자주 뇌가 손끝에 있다고 비유합니다. 또 뇌가 입에도 있다고 말합니다. 우리의 생각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언어로 구조화되어 있습니다. 책을 읽은 후 우리는 그냥 뭉뚱그려진 감정과 생각의 덩어리를 갖고 있을 뿐입니다. 그것을 글이나 말의 형태로 옮기지 않는 한 생각은 제대로 위력을 발휘할 수 없는 것입니다. 책을 읽고 난 후 140자도 좋고 단 두세줄도 좋으니 자신의 느낌을 글로 써보는 겁니다. 자꾸 쓰다보면 글은 스스로 제 길을 찾아가도록 되어 있습니다.

 

책을 읽고 난 후 말을 하거나 쓰면서 생각과 느낌을 정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것이 독서 체험을 확장시키고 더 나은 독서로 이끕니다. 그런데 책을 읽고 난 후 느낌과 의견을 대화로 할 것이냐 글로 쓸 것이냐 묻는다면 저는 글로 쓰는 것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말은 즉흥성이 강한 편이기 때문이고요, 또 글로 쓸 때 생각이 더 정제되기 때문입니다. 글을 쓰다보면 분석적으로 될 수밖에 없고 자기 감정도 잘 표현하게 됩니다.

 

좋은 책을 추천해줄 사람이 가까이에 있다면 그것은 행운이겠죠.

 

저는 책 읽는 중간중간에 잠시 멈추는 것, 그것도 독서 행위이고, 더 나아가서 그것이 좋은 독서라고 생각합니다. 글을 읽다가 떠오른 생각에 집중하기 위해서, 그것을 넓혀나가기 위해서 또는 스스로 소화하기 위해서 책을 덮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런 과정을 억지로 참아가면서 몇 시간 안에 이 책을 독파해버리겠다는 생각으로 책을 읽는 것은 참 미욱한 짓입니다.

 

세상에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들이 있습니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들은 대부분 오래 걸리는 시간 자체가 그 핵심입니다. 책이 우리에게 진정으로 도움이 되는 것은 책과의 만남, 그 글을 쓴 저자와의 소통, 또 책을 읽는 나 자신과의 대화입니다. 그것이 중요합니다. 그것은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는 일입니다. 그 시간을 아까워하며 줄이려고 해서는 안 됩니다. 독서 행위의 목적은 결국 그 책을 읽는 바로 그 긴 시간을 위한 것 아닐까요.

 

여러 분야의 책을 동시에 읽는 방법을 '초병렬 독서법'이라고 합니다. 서로 다른 분야의 책들을 읽으면 상승효과를 일으켜서 좋습니다. 영화평론가 입장에서 저에게 가장 도움이 되는 책은 영화에 관한 게 아닙니다. 오히려 문학, 교양과학책들이 도움이 많이 됩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특징을 보면 독서 행위만 좋아하는 게 아니고 책과 관련된 모든 것을 다 좋아하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서 시간이 남는데 근처에 서점이 있다면 자연스럽게 들어가죠.

 

저는 짧은 서문에 저자의 모든 생각이 농축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훌륭한 책은 반드시 서문이 좋습니다. 차례는 말하자면 건축에서 설계도와 같은 겁니다.

 

책을 읽는다는 건 기본적으로 혼자 하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독서 체험 자체가 기본적으로 고독한 행위입니다. 현대인들이 가장 못하는 것이 바로 그 고독한 행위인데 일삼아서라도 혼자 정신적으로 홀로 설 수 있는 시간을 만든다는 것은, 어쩌면 가장 필요한 일 아닐까요.

한 사람이 책 한 권을 쓴다는 것은, 하나의 세계를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하나의 주제 아래 자신의 지적인 세계를 만들어서 거기에 투사하는 것입니다. 아무리 부족하고 어설퍼도 그것에 들어가는 저자의 노력은 대단한 것입니다. 우리가 책을 읽는다는 건, 저자가 만들어낸 지적인 세계, 그러니까 한 사람의 세계와 통째로 만나는 것입니다.

 

책을 읽으면 자기 반영적인 태도를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읽으면서 내가 토마시 같은지 테레자 같은지 생각해보게 됩니다. <생각의 탄생>을 읽게 되면 책에 나온 구체적 항목들을 내가 얼마나 염두에 두고 있는지 곱씹어보게 됩니다.


<2부>

재미가 최고예요. 책에 재미를 붙여서 습관이 되는 단계, 그게 최고고요. 재미있어서 본인이 반복을 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본인이 책을 골라야 하는 것 같아요.

 

목적 독서는 지쳐요. 왜냐하면 책을 읽는 행위 자체에서는 쾌락을 못 느끼는데 책을 다 읽고 나서 얻어지는 부산물, 결과를 겨냥하고 책을 읽게 되면 독서를 '견디게' 되거든요.

 

책을 읽으면 지식이 늘고, 화술이 늘고, 글도 잘 쓸 수 있고. 저는 이 모든 게 부산물이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재미있어서 읽는데, 읽다 보면 그런 것들이 튀어나오는 거죠. 영화도 마찬가지인데, 영화를 보고 나서, '그 영화가 하려는 이야기가 뭐예요?'묻는다고요. 이런 질문을 굉장히 많이 하는데, 제가 알기에는 99퍼센트의 창작자는 어떤 주제를 말하기 위해 영화를 찍지 않아요. 그냥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으니까 하는 거죠. 그런 이야기를 하기 위해 영화로 찍다 보면 거기에 주제도 있고, 질문도 던지고, 여백도 있고, 성찰도 하게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책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시행착오라는 말에도 있지만, 자기 취향을 만든다는 건 실패를 많이 하니까 생기는 것이기도 하잖아요.

 

많은 경우에 취향이라는 것은 돈 들이고 시간 들인 만큼 개발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취향을 키운다는 것 자체가 한평생에 걸쳐서 노력을 하고, 또 그만큼 가치가 생기는 건 아닐까 싶어요.

 

제가 보기엔 취향의 상당수는 교양이고 교양의 상당수는 취향이에요.

 

접해보지 못한 것을 욕망할 수는 없어요. 최소한 접해봐야 욕망할 수 있어요.

 

이승우 작가가 작품세계의 핵심으로 삼고 있는 것이 내 인생에서 제일 주요했던 시기가 있었어요. 그게 겹치니까 너무 동일시가 되고 작가를 숭배하게 됐죠.

 

책을 여러 번 반복해서 읽지 않아요. 그 이유는, 한 책을 두 번 보느니 다른 책 두 권을 보고 싶은 거예요. 아무리 좋은 책이 있어도 반복해서 다시 읽고 싶지 않은 거예요. 보고 싶은 것이 너무 많으니까.

 

<요약에 대하여>

요약을 한다는 것은 그 책의 핵심을 간추린다는 얘기거든요. 그리고 구조를 파악한다는 얘기예요. 그러니 내용을 제대로 요약하기가 중요하죠. 이런 경험이 어느 정도가 쌓이면 비판적인 판단 기준이 나오죠.

비평을 잘하는 사람들은 줄거리를 자기화하거든요. 즐거리를 재구축하는 방식이 비평으로 들어가는 첫 단계라는 생각이 드는 것도 그래서고요.

줄거리를 말한다는 것은, 전체의 핵심을 보아낼 줄 안다는 거예요. 한 문단으로 줄일 때, 다섯 문단으로 줄일 때, 각각 자기가 핵심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을 추출해내는 능력이 있어야 해요. 핵심, 패턴, 플롯, 이런 걸 다 보아내야 줄거리 요약이 가능해요.

누구를 중심으로 줄거리를 이야기할 것이냐, 어디부터 시작할 것이냐, 어떤 사건을 언급할 것이냐, 어디까지 묘사할 것이냐, 그게 다 줄거리 요약하는 사람의 능력이죠. 줄거리를 요약한다는 건 굉장히 중요한 지적 활동이에요. 줄거리 요약을 잘하는 사람이 강연도 잘하겠죠. 대화도 잘하고.

 

넓이에 대한 끝없는 갈증 같은 게 있어요. 특정 분야에 대해서 완전히 모르는 채로 있는 게 싫은 거예요. 기질적으로 그래요.

저는 약간 강박 같은 게 있어서 어떤 한 가지에 대해서 체계적으로 다 알아야 할 것 같은 생각이 있어요.

 

책을 읽는 데에도 근력과 경험이 필요하고 그것은 습관과 시간으로 길러집니다. 이 독서력을 굳이 그래프로 표현하자면 포물선이 아니라 계단식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서서히 올라간다기보다는 단계가 있는 거죠. 그리고 단계를 올리는 계기는 어려운 책을 읽어낸 경험일 확률이 높습니다. 거대한 산을 힘들게 오르고 나니 눈앞에 평지가 펼쳐져 있는 느낌. 그런 성취감이 생깁니다.

 

왜 이런 말이 있잖아요. 행복은 강도가 아니라 빈도라고. 저는 전적으로 동의하는 말이에요. 저는 쾌락은 일회적이라고, 행복은 반복이라고 생각해요. 쾌락은 크고 강렬한 것, 행복은 반복되는 소소한 일상에 있는 일들이라고. 그래서 제가 항상 이야기하는 습관론이 나오게 되는데, 행복한 사람은 습관이 좋은 사람인 거예요. 우리 삶을 이루는 것 중 상당수는 사실 습관이고, 이 습관이 행복한 사람이 행복한 거예요. 그런 면에서 좋은 습관을 가지는 게 최상의 행복 기술인데, 그 습관 중에 독서가 있다면 너무 괜찮은 거죠. 쾌락은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을 그대로 따르지만 좋은 습관은 안 그래요.


<부록> 군생활동안 읽은 책 리스트 300

2년(2013.07.29 – 2015.07.28) 의 군생활 동안 총 300권의 책을 읽었습니다. 장르를 가리지 않고 흥미있는 혹은 추천 받은 책들을 읽었어요. 목록을 적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특별히 감명 깊게 읽은 책은 굵은 글자로 표시했습니다.)

 

 

책 속의 문장을 옮긴 독서 노트들

 

<세계문학>

데미안 / 수레바퀴 아래서 /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헤르만 헤세)
무의미의 축제 /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밀란 쿤데라)
죄와 벌 (도스토옙스키)
이방인 / 페스트 (알베르 카뮈)
연금술사 /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 11분 / 오 자히르 / 불륜 (파울로 코엘료)
파라다이스 1, 2권 / 파피용 / 개미 1, 2, 3권 / 웃음 1, 2권 / 제 3인류 1, 2권 / 타나토 노트 1권 (베르나르 베르베르)
빅 픽쳐 / 템테이션 / 더 잡 / 모멘트 (더글라스 케네디)
죽음의 중지 / 눈 먼 자들의 도시 / 눈 뜬 자들의 도시 / 도플갱어 (주제 사라마구)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 셈을 할 줄 아는 까막눈이 여자 (요나스 요나손)
벤자민 버튼의 기이한 사건 / 위대한 개츠비 (F.스콧 피츠제럴드)
그리스인 조르바(니코스 카잔차키스)
자기 앞의 생(에밀 아자르)
호밀밭의 파수꾼(J.D 샐린저)
이반 데니소비치, 수용소의 하루(알렉산드르 솔제니친)
다섯째 아이(도리스 레싱)
꾸뻬 시의 행복여행(프랑수아 를로르)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줄리언 반스)
동물농장(조지 오웰)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코맥 매카시)
연을 쫓는 아이(할레드 호세이니)
시계 태엽 오렌지(앤서니 버지스)
어린 왕자(생텍쥐페리)
앵무새 죽이기(하퍼 리)
더리더 – 책 읽어 주는 남자(베른하르트 슐링크)
대지(펄 벅)
대성당(레이먼드 카버)
울분(필립 로스)
멋진 신세계(올더스 헉슬리)
리스본행 야간열차(파스칼 메르시어)

 

 

<일본 문학>

1Q84 1, 2, 3권 / 잠 /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크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1, 2권 / 노르웨이의 숲 / 여자없는 남자들 / 쿨하고 와일드한 백일몽 (무라카미 하루키)
인간실격 / 직소 (다자이 오사무)
낙하하는 저녁 / 냉정과 열정사이 :Rosso (에쿠니 가오리)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카타야마 쿄이치)
누구(아사이 료) 
냉정과 열정사이 :Blu (츠지 히토나리)
공중그네(오쿠다 히데오)
한여름의 방정식(히가시노 게이고)
설국(가와바타 야스나리)
마음(나쓰메 소세키)
만화 전략 삼국지 1~60권 (대현출판사)

 

 

<한국문학>

정글만 리 1, 2, 3권 / 허수아비춤 (조정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 즐거운 나의 집 / 높고 푸른 사다리 (공지영)
퀴즈쇼 /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 살인자의 기억법 / 너의 목소리가 들려 / 여행자 하이델베르그 / 랄랄라 하우스 (김영하)
삼국지 1~10권 (황석영)
당신들의 천국 / 벌레 이야기 (이청준)
사람의 아들 /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이문열)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박민규)
은교 / 소금 / 촐라체 (박범신)
원더보이(김연수)
미스터 모노레일(김중혁)
소년이 온다(한강)
무진기행(민음사, 김승옥)
운수좋은 날(현대문학, 현진건)
컨설턴트(임성순)
괭이부리말 아이들(김중미)
표백(장강명)
모순(양귀자)
갈팡질팡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이기호)
두근두근 내 인생(김애란)

 

 

<에세이, 인문학, 철학>

철학의 위안 /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 우리는 사랑일까 / 사랑한다는 건 / 행복의 건축 / 인생 학교 섹스편 / 영혼의 미술관 / 뉴스의 시대 / 불안 (알랭 드 보통)
철학이 필요한 시간 / 맨 얼굴의 철학, 당당한 인문학 / 관중과 공자 / 나는 누구인가 / 강신주의 다상담1 (사랑, 몸, 고독 편) / 강신주의 다상담3 (소비, 가면, 늙음, 꿈, 종교와 죽음) (강신주)
책은 도끼다 / 여덟 단어 (박웅현)
마키아벨리–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현자 (김상근)
호랑이 선생 피츠의 위기(마이클 루이스)
팝콘 심리학(장근영)
시간의 마법(정선혜, 서영우)
세계사를 움직이는 다섯가지 힘(사이토 다카시)
청춘이 묻고 삼성이 답하다(삼성그룹 커뮤니케이션팀)
우리가 몰랐던 세계 문화(강준만 외)
파리에선 그대가 꽃이다(손미나)
이야기 인문학(조승연)
청춘, 도전은 지치지 않는다(유해님)
스무 살에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티나 실리그)
대학생들의 로망, 교환학생을 가다(권진주)
어떻게 타임머신을 만들까(헤이즐 리처드슨)
멘사 공부법(조세핀 풀턴)
나는 내일을 기다리지 않는다(강수진)
역사평설 병자호란1(한명기)
잠의 사생활(데이비드 랜들)
수학이 자꾸 수군수군 [확률편](샤르탄 포스키트)
돈이 모이는 생활의 법칙(짠돌이카페 슈퍼짠 9인)
재밌어서 밤새 읽는 수학 이야기 (사쿠라이 스스무)
보통날의 물리학(이기진)
스티브잡스가 반한 피카소(이현민)
반 고흐와 고갱의 유토피아(이택광)
오늘 만나는 프랑스 혁명(주명철)
나는 길들지 않는다(마루야마 겐지)
십자군 이야기 1권(시오노 나나미)
나는 영화가 좋다(이창세)
천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김난도)
노는만큼 성공한다(김정운)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미치 앨봄)
죽음에 관하여1, 2권(시니, 혀노)
만들어진 신(리처드 도킨스)
NEW 근육운동 가이드 3rd Edition (프레데릭 데라비에)
남자는 힘이다(맛스타드림)
철학자와 늑대(마크 롤랜즈)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일본편 1 규슈(유홍준)
죽음(EBS 데스 제작팀)
대통령의 공부법(최진)
살인의 추억(봉준호)
사막 위에 세운 미래, 아랍 에미리트 이야기(권태균, 지규택)
엄마, 일단 가고 봅시다! / 엄마, 결국은 해피엔딩이야! (태원준)
1만 시간 동안의 아시아 1, 2, 3권 (박민우)
끌림(이병률)
The Way -결국, 떠날 수 밖에 없는 우리들의 이야기지구 반대편을 여행하는 법(정준수)
발칙한 유럽산책(빌 브라이슨)
워키토키 유럽(최규동, 추광재, 황경태, 홍윤선)
내가 사랑한 유럽 TOP 10(정여울)
영어천재가 된 홍대리2 (박정원)
꼬리에 꼬리를 무는 영어 2(한호림)
토익달인 정상의 영어공부법(정상)
뉴욕 의사의 백신영어(고수민)

 

 

<경영, 경제>

티핑 포인트 / 다윗과 골리앗 (말콤 글래드웰)
3차 산업혁명 / 소유의 종말 / 엔트로피 (제러미 리프킨)
그들이 말하지 않은 23가지 (장하준)
엘론 머스크, 대담한 도전(다케우치 가즈마사)
회계 천재가 된 홍대리1 (손봉석)
더 골(엘리 골드렛, 제프 콕스)
나는 애플로 출근한다(정총)
마우스 드라이버 크로니클(존 러스크, 카일 해리슨)
괴짜경제학(스티븐 레빗)
탐스스토리(블레이크 마이코스키)
이케아, 불편을 팔다(뤼디거 융블루트)
마피아의 실전 경영학(루이스 페란테)
세계 최고의 인재들은 왜 기본에 집중할까(도쓰카 다카마사)
스핀 잇(조성문)
현대카드 이야기(이지훈)
EBS 다큐프라임 자본주의(EBS 자본주의 제작팀)
더 인터뷰(조선일보 위클리비즈 팀)
회계사가 말하는 회계사(강성원 외)
금융 오디세이(차현진)
애플 콤플렉스(이병주)
나는 세계일주로 자본주의를 배웠다(코너 우드먼)
세계는 지금 이런 인재를 원한다(조세미)
빅 스몰(김상훈)
돈은 아름다운 꽃이다(박현주)
3D 프린터의 모든 것 (허제)
제프 이멜트 GE WAY(데이비드 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