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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 책을 골랐나요?
이 책을 고른 이유는 단순하다. 구름이가 추천, 아니 강추하면서 직접 빌려줘서! 사실 나는 책을 여러 권 동시에 읽는 편인데, 당시에 내가 읽던 다른 책들이 있어서 구름이가 빌려준 것보다 조금 많이 늦게 읽었다. (구름아 미안해!)
그래서 마음에 들었나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너무, 너무, 너무 마음에 들었다. 쉽게 칭찬하지 않는 구름이가 꼭 읽어보라며 강추했던 책이니, 말 다했지. 사랑과 관련된 책으로는 알랭 드 보통의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를 이기기 쉽지 않을거라 생각했는데, 이 책, 만만치 않다. 심지어 이 책은 무려 '실화'다. 실화가 갖는 힘은 엄청나다. 이렇게 아름다운 두 남녀의 사랑 이야기가 실화라서, 감사했다.
글도 정말 쉽게 잘 읽혀지게 쓰여 있어, 술술 읽힌다. 구름이 만나러 가는 지하철 안에서 한달음에 읽었다. 김환기 화가와 그의 아내 김향안의 러브 스토린데, 그들의 사랑 이야기가 정현주 작가의 글로 풀어지니 이보다 아름다울 수 없다. 책을 읽으면서 한글이 이렇게 아름다운 언어라는 것을 새삼 느꼈다. 한 편의 긴 시를 읽는 것만 같았다.
어떤 점이, 그렇게 좋았나요?
책 속에 있는 그들의 편지와 사진들이 깊은 여운을 남겼다. 손을 잡고 나란히 걸어가는 둘의 사진을 보면서 마음이 따뜻해지기도 했고, 수화가 향안에게 보낸 편지의 그림과 글들의 울림이 너무 커서 넋놓고 들여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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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화가 향안에게 보내는 편지
편지1/ 1955년 멀리 파리에서 처음 성탄절을 맞이하고 있는 나의 향안에게 행복과 기쁨이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진눈깨비 날리는 성북동 산 아래에서 으스러지도록 안아준다. 너를. 나의 사랑 동림이. -수화
편지 2/ 우스운 이야기지만 나도 미술사에 남을 화가가 될 것 같아. 꼭 그렇게 하고야 말테야. 허영이나 성공 또는 출세욕으로 하는 말이 아니야. 나도 그림이라는 방법을 통해서 창조를 하고 있는거야. 일류는 창조를 해야 하는 것 아닌가? 더욱이 예술은 창조를 하는 일이거든.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은 진정으로 창조인 것 같아. 내 파리에 나가서 한 번 해볼테야. -1955년 10월 27일 밤 11시 35분
편지3/ 파리라는 도시는 꽉 짜인 하나의 거대한 예술 작품이다. 그러기에 이 아름다운 파리에서 무릇 예술의 꽃이 피고 더욱이 미술의 역사가 연속 이루어진다는 것은 당연한 일인 것도 같다. -김환기.1959.12
편지4/ 내 그림 참 좋아요. 이것은 나만이 할 수 있는 세계이며. 일이야. -1963년 12월 12일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들의 사랑 이야기를 읽으면서 '사랑'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하나 배울 수 있어 너무 좋았다. 이렇게 사랑하는 법도 있다는 것을 나에게 알려줘서, 읽는 내내 행복하고 감동적이었다. 책을 다 읽고 난 후에는 좋았던 문장들을 필사해보며 그들의 이야기를 되새겨보았다.
김향안과 김환기, 김환기와 김향안. 두 사람은 사랑으로 발견한 상대를 지성으로 성장시킨 두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에게 말하고 있다. 사랑을 지속하는 힘은 지성에 있다고. 사랑의 상대를 발견하게 하는 것은 운명이더라도, 사랑을 오래가게 하는 것은 이성을 통한 이해라고. 소울메이트란 발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서로를 키워가야 하는 것이라고.
사랑을 오래가게 하는 힘을 갖기 위하여 제대로 노력하고 있는가. 나 스스로를 반성하면서, 오늘도 내 옆에서 나의 부족한 부분들을 항상 채워주는 구름이에게 감사함을 느낀다. You are my better half. (구름아, 읽고 있니?)
이들의 사랑이 특별하게 느껴졌던 이유가 있나요?
이 둘의 사랑을 두 문장으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다.
자꾸 꿈을 꾸는 남자가 그 꿈을 현실이 되게 하는 아내를 만났다.
남자는 자꾸 큰 세상을 그렸고 아내는 그 큰 세상에 남편을 서게 했다.
향안은 미술을 알고 예술을 알아야 남편의 세계를 제대로 이해하는 한편 자신의 세계 또한 제대로 세울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둘은 함께 사랑하며 함께 성장하면서, 더 큰 세상으로 나아갔다. 붓을 든 건 수화 혼자였지만 그림에는 함께인 생각이 담길 때가 많았다. 교감은 깊고 풍부했으며 쉼이 없었다.
향안은 프랑스어를 전혀 못하는 데다가 생활에도 어두운 환기 곁에서 그의 입과 귀가 되어주고 일상을 돌보았으며 무엇보다도 예술의 세계를 함께 고민하고 길을 만들어가는 동반자가 되어주었다. 향안은 환기에게 있어, 출렁이는 두려움을 한순간 잠들게 해주고, 내가 가진 좋은 것을 세상 더 많은 사람들이 알게 해주고, 나로 하여금 기꺼이 용기내서 더 아름다운 세상을 향해가게 해주는 사람이었다.
같은 것을 좋아하고 관심을 기울이며 함께 토론하고 이해를 나누는 시간이 두 사람을 점점 더 단단하게 묶어 주었다. 관계는 날이 갈수록 깊어지고 빛이 났다. 두 사람의 사랑은 그렇게 시간과 함께 깊어져갔다. 서로에게 끊임없이 영향을 미치고 서로의 꿈이 이루어지도록 최선을 다했다.
사랑하며 우리는 더 깊어지고 함께 성장하고 있는가.
사랑에 대한 어떤 관점들이 새로 생겼나요?
소울메이트로서의 사랑. 이 책은 '많이' 사랑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잘' 사랑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려준다. 상대에게 정말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알고 가장 힘이 될 것을 주려고 최선을 다하며 사랑을 하는 것. 순간의 감정 위에만 사랑을 두지 않고 오래 가는 이해 위에도 사랑을 두는 것. 때문에 쉽게 흔들리지 않고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주기 위해 노력하는 것. 나는 지금 '잘' 사랑하고 있는가.
"파리에 와서 내가 보았던 것 중에 가장 아름다운 것은요, 손잡고 다니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이에요. 오늘도 까르띠에 재단 미술관에 갔다가 손을 꼭 잡고 그림을 보며 이야기를 나누는 노년의 부부를 여럿 보았어요. 유난히 프랑스에 그런 커플이 많은 것 같아요. 전 그게 참 예쁘게 느껴져요. 정말 보기 좋아요."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함께 있는 것. 여전히 건강하고, 여전히 다정하고, 무엇보다도 여전히 할 이야기가 많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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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고나서, 가고 싶어진 곳이 있다면서요?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 김환기 화가와 김향안 씨의 사랑이 더 무르익을 수 있게 해준 공간적 배경은 '파리'다. 이 책을 읽다보면 파리가 달리 보인다. 몇 구절을 소개해보자면 아래와 같다.
아름답고 아름답고 아름다운 곳이었다.
파리는 보이는 것이 모두 아름다운 것 뿐이라 눈을 뜨고도 꿈을 꾸는 기분이었다.
복잡한 도시 파리 안에서도 향안은 수화가 좋아할 만한 장소를 찾아냈다.
자연이 풍성하고 고요가 머무는 곳. 뤽상부르 공원 뒤편. 뤼 다사스 90번지.
그들의 첫 번째 아틀리에가 있던 골목은 도심 한복판에 있었지만 유난히 조용하고 단정하여 향안의 성품을 닮았고, 환기의 품성에도 잘 맞았다. 문을 열고 나서면 저만치 뤽상부르 공원이 보였는데 그리고 싶은 것으로 가득 찬 곳이었다. 조금만 더 걸으면 몽파르나스에 닿을 수 있었다. 피카소와 모딜리아니가 작업을 하던 곳이라 생각하니 특별한 감동이 있었다.
프랑스 파리를 흐르는 센 강에 있는 섬, 생 루이섬도 빼놓을 수 없다.
두번째 전시가 끝나자마자 두 사람은 파리 사람들이 가장 살고 싶어하는 곳 중에 하나 생 루이 섬으로 아틀리에를 옮겼다.
생루이 섬은 복잡한 파리 한복판에 있지만 조용하고 단아해서 두 사람의 성정에 잘 맞았다. 그들이 특히 좋아한 것은 생 루이의 소박함이었다.
향안은 탁한 센 강마저 생 루이 앞에서는 맑아지는 것 같다고 했다. 그들이 살던 아파르트망은 섬의 끝 부분에 있었는데 현관을 나서 돌아서면 화가 도미에가 10년을 넘게 살던 집이 있었다. 머지않은 곳에는 루소의 집, 샤갈의 아틀리에도 있었다. 로댕의 연인, 카미유 클로델도 생 루이 섬에 살았다. 골목골목에서 위대한 예술가들의 뜨거운 예술혼이 느껴졌다.
파리를 넘어 남프랑스까지, 그 둘의 사랑 이야기는 프랑스 곳곳에 새겨져 있다.
남프랑스. 특별한 햇살 아래 사물이 가장 본연의 아름다운 색을 드러낸다고 해서 위대한 화가들이 찾던 곳. 동경하던 피카소가 머물던 곳이기도 했다.
니스. 인공적으로 다듬어진 해안보다는 구시가지가 정겨워 좋았다. 좁은 돌층계로 이루어진 비탈진 언덕이 재밌었고 무엇보다도 사람이 소박하여 마음에 들었다. 니스는 본래 이탈리아의 영토였는데 사람들은 물론이고 풍속 또한 프랑습돠는 이탈리아에 가까워 정겨움이 있었다.
이어 버스를 타고 도착한 곳은 발로리스. 피카소가 자기를 굽던 아틀리에에 들렀다. 방스에서는 마티스가 스테인드글라스로 장식한 성당을 구경했다.
지중해는 짙은 초록이었다. 특별한 질감을 가진 햇살 아래 시리도록 푸른 바다. 눈앞의 모든 것이 빠짐없이 아름답던 오후.
[인상 깊은 구절들]
<새로운 인생은 새로운 이름과 함께 시작되었다>
1944년 수화와 향안은 결혼했다. 결합의 모토는 아름답게 사는 것이었다. 30년 내내 두 사람은 아름다운 것 속에 있었다. 생활의 주변을 아름다운 것들로 채웠고 지성으로 내면을 가꾸었으며 아름다운 것을 남기기 위하여 그림을 그리고 글을 썼다.
아내는 남편을 '그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것들을 모아 만든 이름'인 '수화(樹話)'로 불렀고, 실제로 남편의 남은 인생을 그가 꿈꾸던 좋은 것들을 채워주었다.
미술가는 성격이 단순한 반면에 개성이 강하므로 고집이 세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은 기어이 하고야 말고 남의 말을 절대로 안 듣는고로 세속적 타협이 불가능하니 평범한 생각으로 볼 땐 손해가 많다. 김환기는 예술가적 기질을 타고 난 데다가 도전정신마저 강했으니 현실에 안주하는 법이 없었다. 향안은 남편을 잘 알고 헤아리는 아내였다.
<사랑이란 함께 성장하는 일이다>
좋은 동반자로서 두 사람은 부지런히 나아갔다. 더 아름다운 세계를 만나게 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각자가 알던 것은 함께 아는 것이 되었고 혼자 느낀 것은 이내 둘이 느낀 것이 되었다. 둘의 지성과 감성은 함께 있어 나날이 풍요로워졌다.
둘이 함께 성장해야 보다 더 큰 세상으로 나갈 수 있다는 것을 향안은 알았다. 향안은 '내조'라는 말 대신 '협조'가 그들 부부 사이를 더 잘 설명하는 단어라고 말했다.
당시 수화는 화가로서 매우 중요한 시기를 지나는 중이었고 그것은 인생의 길을 함께 걷는 동반자로서 향안 역시 아주 특별한 시기를 통과하고 있음을 의미했다. 인생의 시기별로 가장 우선시해야 하는 일이 따로 있음을 향안은 알았다.
"부부란 서로 호흡을 공감하는 데서 완전히 일심동체가 되는 것입니다."
나의 성장이 그의 성장을 이끌고 그의 성장이 또 나를 성장하게 하면서 서로에게 점점 더 잘 맞는 반쪽이 되어가는 일.
<소울메이트, 사랑을 오래 가게 하는 힘>
사랑이란 지성이다. 지성으로 이해하고, 지성으로 교류하며, 지성으로 믿어야 오래 갈 수 있다. 함께 성장해야 함부로 시들지 않는다.
서로 응원하며 함께 걸어온 시간이 두 사람에게 내일을 긍정할 용기를 주었다. 두 사람은 앞으로가 더 좋을 것을 믿고 의심하지 않았다. 수화는 가장 자기다운 것으로 승부를 걸었고 향안은 수화의 선택이 옳다는 것을 믿었다. 믿고 그가 자신의 길을 흔들림 없이 가도록 도왔다. 그들은 함께 그들 자신을 믿었고 서로를 믿었다. 자신보다 더 자신을 믿어주는 한 사람이 옆에 있어 그들은 내내 힘을 잃지 않았다.
서로 다른 영혼을 가진 두 사람이 만나 소울메이트, 조화로운 영혼의 동반자가 되기까지 가장 필요한 것은 쟁취다. 조화란 결코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계속해서 쟁취되어야 하는 것이다. 끝까지 함께할 것은 믿고, 사소한 차이로 관계가 깨지지 않을 것을 믿는 것이다.
소울메이트는, 사랑하여 노력하는 사람에게 허락되는 것이다. 소울메이트는 한 순간 만나지는 것이 아니다. 서서히 완성되어 가는 것이다. 사랑이란 지성과 감성의 교류, 공유에 있다. 좋은 자극이 되어주고 잠든 열정에 불을 붙여주는 만남, 더 크고 넓은 세계로 자신을 안내해줄 사랑.
피카소와 헤밍웨이의 뮤즈였던 여자. 애드리아나는 예술을 사랑했고 낭만을 알았습니다. 열정을 품었고 마음을 따라 사는 법을 알았죠.
<사르트르와 보부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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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나의 영혼을 이해해주고 나의 지성을 발견했으며 성장시켜준 사람입니다. 그와 나누는 대화를 다른 사람과는 나눌 수가 없어요. 나는 사르트르를 떠날 수 없습니다." -보부아르가 사르트르에게 보내는 편지 中에서
"앞으로도 바뀌지 않을 것이고 바뀔 수도 없는 것이 하나 있소. 무슨 일이 일어나더라도 내가 무엇이 되더라도 나는 당신과 함께 그렇게 될 것이오. -사르트르가 보부아르에게"
사르트르와 보부아르. 둘은 서로에 대한 최고이며 최상의 지지자로 살았고 사르트르가 세상을 떠날 때까지 51년을 함께 함으로써 헤어지지 않겠다는 약속을 지켰다. 둘의 계약결혼은 '임대'라는 말로 시작되었다. 임대에는 3가지 조건이 있었다. '자유를 보장할 것. 비밀 없음. 그리고 헤어지지 않을 것'이었다.
두 사람은 사랑이 소유가 아니라고 굳게 믿었다. 자유로운 존재로서 상대를 사랑하는 것이 진짜라고 생각했다. 관계는 최대한 투명하게 유지했다. 서로의 감정을 존중하되 어떤 비밀도 있어서는 안 된다고 여겼다. 그래야 상대를 최대한으로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생의 끝까지 서로가 서로를 떠나지 못했던 것은 '대체 불가능한 존재'가 되었기 때문이었다. 서로가 아니면 누구와도 그처럼 통할 수 없었다. 그처럼 깊이 대화를 나눌 수 없었고 그처럼 이해할 수도 없었다. 남자와 여자이기 이전에 인간으로서 둘은 서로를 온전히 믿었다. 모든 어려운 순간에 변함없이 서로를 지지했고 모든 중요한 순간에는 서로의 곁을 지켰다. 누구로도 대신 할 수 없었고 계속해서 서로를 필요로 했으므로 사르트르와 보부아르는 서로를 놓을 수 없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