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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의 3년 이하 서점들: 책 팔아서 먹고살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 브로드컬리
🧐 매터오브’s 코멘트 Comments
“어떤 매체로도 책을 대체할 순 없다. 책은 여타 매체보다 긴 호흡을 필요로 하며, 읽으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불편한 매체다. 하지만 그만큼 긴 호흡의 감동을 준다고 생각한다. 좋은 책 한 권이 주는 감동을 무엇으로 대체할 수 있을까?”
책 <서울의 3년 이하 서점들: 책 팔아서 먹고살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은 지난번 포스팅한 브로드컬리의 책 <서울의 3년 이하 서점들: 솔직히 책이 정말 팔릴 거라 생각했나?>의 연장선상에서 읽었습니다. 읽으면서 흥미로웠던 부분은 두 책이 각각 다루는 독립서점들의 결이 다르다는 점이었어요. <서울의 3년 이하 서점들: 솔직히 책이 정말 팔릴 거라 생각했나?>에서 소개된 서점들은 책 판매 뿐만 아니라 커피, 술 등 다른 수익구조들을 바탕으로 서점을 운영하고 있다면, <서울의 3년 이하 서점들: 책 팔아서 먹고살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에 소개된 서점들은 대부분 책을 '중심'에 두고 서점을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전 사실 이 책은 <서울의 3년 이하 서점들: 솔직히 책이 정말 팔릴 거라 생각했나?>에 비해선 좀 아쉬웠어요. 사실 두 책 모두 인터뷰집이다보니, 인터뷰이에 따라 만족도가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서울의 3년 이하 서점들: 솔직히 책이 정말 팔릴 거라 생각했나?>에선 특히 사적인서점과 인공위성의 이야기가 흥미로웠는데, 이번 편에선 직접 최근에 해방촌 독립서점 투어를 해보면서 방문했던 고요서사의 인터뷰를 읽을 수 있어 반가웠습니다.
브로드콜리의 독립서점 인터뷰집 두 권을 읽으면서 가고 싶은 독립서점들도 많아졌고, 읽고 싶은 책과 더 알고 싶어지는 출판사도 생겼습니다. 독립서점으로 대표되는, '나만의 공간'을 만드는 것이 단순한 낭만으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시대의 변화에 발맞춰 다방이 카페로 진화했듯, 서점이 나아가야할 방향은 어디인지, 등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준 고마운 책이었습니다.
*이 책을 읽고, 가고 싶어진 독립서점 리스트
노말에이, 인공위성, 소심한책방(제주), 라바북스(제주), 라이킷(제주)
*이 책을 읽고, 더 알고 싶어진 출판사 리스트
마음산책, 목수책방, 유유 출판사, 갈무리 출판사, 읻다 출판사
*이 책을 읽고, 읽고 싶어진 책 리스트
한숨의 기술/임소라, 여행잡지 보트매거진
[인상 깊었던 인터뷰 구절들]
고요서사 차경희 대표
공급률 차등의 문제를 설명해 준다면?
개인적으로 파악하기로 소규모 서점들이 적용받는 공급률이 인터넷 서점과 비교하면 10% 이상 높은 거로 알고 있다. 똑같은 책을 10% 이상 비싸게 들여와서 파는 거다. 살아남기 힘들 수밖에 없다.
서점의 책 마진이 30% 수준이다. 현 정가제가 제시하는 할인 한도 내에서 10% 할인과 5% 적립을 가정한다면, 서점이 실제 가져가는 마진은 15% 정도다. 그중 5%가 사라지는 것이니까, 부담이 안될 수 있겠나.
종이책에 특별한 의미를 두는가?
어떤 매체로도 책을 대체할 순 없다. 책은 여타 매체보다 긴 호흡을 필요로 하며, 읽으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불편한 매체다. 하지만 그만큼 긴 호흡의 감동을 준다고 생각한다. 좋은 책 한 권이 주는 감동을 무엇으로 대체할 수 있을까?
식음료 판매나 워크숍 운영을 병행해볼 생각은 없나?
서점이란 이름으로 공간을 열었으니, 서점이 가장 잘 다뤄야 할 것, 책을 중심으로 사람을 모으고 공간을 꾸려가고자 한다.
서점을 편집자의 관점에서 운영해 보겠다는 생각은 계획대로 풀리고 있는가?
계획대로 못하고 있다. 서점은 잘할 수 있는 일보다는 잘하고 싶은 일에 가깝다. 그렇기 때문에 결과물에 더욱 신경이 쓰인다. 내가 준비한 패를 꺼냈을 때 이 정도면 괜찮다고 만족하고 싶은데, 그 수준까지 해낼 수 있을지 걱정이 되고 부담이 된다.
선호하는 출판사를 꼽아본다면?
마음산책, 목수책방, 유유 출판사를 꼽겠다. 책들이 기본적으로 완성도가 높다. 기획, 제목, 편집, 디자인, 제책까지 모든 면에서 고르게 만족을 준다.
서점을 열기 전후 본인의 삶에서 가장 달라진 부분은?
삶이 더 진하게 느껴진다. 회사 다닐 때와 비교하면 무채색으로 흐르던 삶이 선명한 색들로 채워지는 느낌이다. 때론 위태로울지라도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사실이 만족을 주는 것 같다.
다시서점 김경현 대표
서점 오픈 준비 과정에서 영감을 준 서점이 있다면?
특정 서점보다는 일본에서 발행되는 브루터스 매거진의 서점 특별호가 도움이 많이 됐다. 일본어를 몰라서 사진만 봤는데도 서점 컨셉을 잡는데 큰 도움이 됐다.
궁극적으로 목표하는 서점의 모습은?
책을 더 많이 들여놓고 싶다. 독립 출판물은 대부분 위탁으로 입점이 가능하기 때문에 수급에 어려움이 덜한데, 기성 출판물은 대부분 선매입 방식이라 돈이 있어야 한다. 특히나 소규모 서점은 불리한 공급률을 적용받기 때문에, 더욱 더 돈이 필요하다.
이백에이십 김진하 대표
(아쉽게도 이백에이십은 더 이상 검색되지 않는다.)
선호하는 출판사가 있다면?
먼저 갈무리 출판사. 판매를 우선으로 생각한다면 세상에 나오기 힘들 책들을 주야장천 찍어낸다. 생각해볼 만한 문제를 꾸준히 제기해 주는 것이 고맙다.
다음으로 읻다 출판사. 해외의 좋은 책들 중에 국문으로 번역되지 못한 책들, 아마도 판매량이 미미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번역되지 못한 책들을 찾아 번역해준다.
프루스트의 서재 박성민 대표
추천하고 싶은 책이 있다면?
인문학책을 추천하겠다. 인문학은 이해하는 마음을 갖게 한다. 이해가 너무도 부족한 세상이다. 우리에겐 인문학이 필요하다.
책방 오후다섯시 김다영 대표
(아쉽게도 책방 오후다섯시는 더 이상 검색되지 않는다.)
실망할 수 있다는 불안함은 없는가?
항상 그렇다. 지금도 불안하다. 하지만 결국은 안고 가야하는 감정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선택한 길이니까.
서점 오픈 전후 책을 바라보는 관점에 변화가 있다면?
서점을 열기 전엔 독립 출판 제작자로 활동한 경험이 있다. 아무리 궁리를 해봐도 인건비가 도저히 안 빠지더라. 글 쓰고, 편집하고, 인쇄까지 과정이 정말 쉬운 일이 하나도 없는데 책정할 수 있는 책값은 너무 낮았다. 더군다나 30% 정도 되는 서점 수수료를 제하고 나면 정말로 남는 게 없었다. 서점 입점에 필요한 택배비나 샘플 제공도 추가적인 부담이고.
이제는 제작자가 아니라 서점 운영자의 입장에서 수수료를 보는데, 역시 도저히 인건비가 안 빠진다. 서점 운영에 필요한 유지비를 생각하면 30% 수수료 가지고 서점 살림이 정말 가능한가 의문이다.
추천하고 싶은 책이 있다면?
하우위아 출판사 임소라 작가의 '한숨의 기술'을 추천한다. 서점을 폐업하는 운영자의 심경을 기록해놓은 책이다. 그동안 내가 서점을 운영하며 느꼈던 마음이 모두 담겨 있더라. 어찌 보면 절망적인 상황을 마주하는 운영자의 솔직한 감정들을 위트있게 담아냈다. 너무 공감이 돼서 읽다가 몇 번을 울 뻔도 했다. 언젠가 서점을 닫게 되는 날이 오면 그게 꼭 나의 잘못만은 아닐 수도 있으리라는 묘한 위로를 받았다. 반드시 서점이 아니라도 새로운 일을 준비하거나 하던 일의 정리를 고민하는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책방이곶 이동원 대표
추천하고 싶은 서점이 있다면?
한남동의 포스트포에틱스. 국내에서 쉽게 접하기 힘든 콘텐츠가 담겨있는 해외 서적들이 많다. 창의적인 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가볼 만하다.
초원서점 장혜진 대표
왜 하필 서점인가?
삶이란 게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고 표현해 나가는 과정 아니겠나. 나의 세계를 만들기 위한 길이 무엇일지 고민했다. 하루하루가 진심인 삶을 살 수 있기를 바랐다.
서점 오픈 결심 이후 준비 과정을 정리해준다면?
다니던 직장에서 나온 뒤로 서점 오픈까지 3개월 걸렸다. 가구 모으고, 책 리스트 작성하고, 총판 계약 알아봤다. 힘든 거 별로 없었다. 부지런히 했으면 더 빨리도 했을 거다.
서점을 열어보니 좋은 점은 무엇인가?
내키는 대로 살 수 있어 좋다. 적게 버는 만큼 적게 써야 하지만, 힘들게 벌어서 쓰는 걸로 풀기보다 이게 훨씬 더 좋은 거 같다. 책 읽고 싶을 때 읽을 수 있고, 글 쓰고 싶을 때 쓸 수 있고, 생각하고 싶을 때 생각할 수 있다. 더는 바랄 게 없다.
주문 당일 배송까지도 가능해진 인터넷 서점의 시대에 소규모 서점의 쓸모는 무엇일까?
*불편함을 통해 축적되는 기억이 오래 남는다고 생각한다. 불편하게 서점 와서 불편하게 뒤져보고, 불편하게 찾아내서 읽은 책이 마음에 더 오래 남지 않겠나. 이런 불편함을 인터넷 서점이 제공해 주기는 어려울거다.
(*불편함 = 수고로움)
독서 인구를 늘리는 데 일조하고 있다고 생각하나?
아직 역할 못하고 있다. 독서 인구를 늘리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영화는 보여주면 되고, 음악은 들려주면 되지만, 책은 손에 쥐여 줘도 안 읽으면 그만이니까. 시간이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