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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밋첨입니다!
앞선 포스팅에선 책 "멀티팩터"를 읽게 된 이유, 그리고 책에서 다루고 있는 스타벅스코리아, 프릳츠, 공차의 성공 이야기에 대해 써보았는데요.
오늘은 LG생활건강, 스타일난다의 성공 스토리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1) LG생활건강이 성공한 이유
저는 화장품 산업에 대해 매우 관심이 많습니다. 굉장히 트렌드가 빠르게 변화하는 산업이고, K뷰티라는 이름으로 근래에 퀀텀점프를 이루어낸 산업이지요. 우리나라 화장품 산업을 이끄는 중심에는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이라는 두 기업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 두 기업의 운명은 사드 이후에 극명하게 나뉘게 되었어요. 저는 홍성태 교수의 책 "그로잉업"을 굉장히 재미있게 읽으면서 LG생활건강이 엄청난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다양한 이유들에 대해 배울 수 있었어요. 그런데 책 "멀티팩터"는 여기에 더해, LG생활건강보다도 아모레퍼시픽의 관점에서, 왜 그들이 사드 이후 시대의 흐름에 반하는 선택을 내릴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굉장히 흥미로운 이유를 들려주었어요.
아모레퍼시픽은 전 가격군의 브랜드에서 경쟁력이 있었으며 화장품 전문기업답게 해외 법인과 유통망도 훨씬 탄탄했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아모레퍼시픽이 유커 붐에서 가장 큰 수혜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당시 환경에 가장 적합한 비즈니스 모델을 갖추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드로 인해 불매운동이 일어나고, 유커의 발길이 끊기면서 시장은 다른 형태로 변했다. 유커들은 더 이상 한국을 잘 찾지 않고, 그 자리를 보따리상들인 ‘따이공’들이 채웠다. 따이공들은 면세점에서 상품을 구매하여 재고를 재어두고 중국에 판매하는 중간상인들이다. 중국의 K-뷰티 소비 방향이 이들을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국내 코스메틱 시장이 말 그대로 격변했다. 이것이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의 실적 차이를 낳았다. LG생활건강은 따이공 중심으로 재편된 국내 코스메틱 시장에서 그들에게 길을 열어주었다. 반면 아모레퍼시픽은 면세점 구매 제한으로 제약을 걸어버렸다. 더군다나 2017년 9월에는 원래 일인당 열 개까지 살 수 있었던 설화수와 헤라의 구매제한을 다섯 개로 줄이는 초강수를 두었다. 즉, 따이공 중심으로 재편된 시장에 역행하는 노선을 택한 것이다.
우리는 시장의 격변 때 1위 기업이 변화를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는 것을 쉽게 비판하지만, 그들 나름의 이유가 있다. 1위 기업은 그 시장의 상황에 최적화한 비즈니스 모델을 갖춘 기업이고, 시장 상황이 변화하면 그만큼 포기하고 바꾸어야 할 요소들도 2위, 3위 기업에 비해서 많다. 반면 후발주자는 포기할 것이 적기 때문에 격변한 환경에서 선택을 내리기가 더 쉽다.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이 그런 사례였다. 아모레퍼시픽은 당시 중국에서도 단단한 법인 영업망과 브랜드를 구축했으며 유통망도 더 탄탄했다. 정식 판매망이 아닌, 허가받지 않은 따이공이라는 중개상들이 상품을 판매하는 상황은 정식 판매 채널에 타격을 주며, 브랜드 관리나 가격전략이 제대로 통하지 않게 되므로 장기적으로도 악영향을 줄 수 있었다.
아모레퍼시픽은 강력한 브랜드들을 소유했고, 자사 브랜드들이 명품 브랜드처럼 인식되기를 원했다. 게다가 판매 유통망도 탄탄했기에 따이공을 배제하는 결정을 내리는 것이 타당했다. 따이공 중심으로 재편된 시장에 맞추기에는 포기하고 버려야 할 것이 너무나도 많았다. 반면 LG생활건강은 ‘후’를 비롯한 럭셔리 브랜드로 포트폴리오가 편중되어 있는 데다가 유통망에서도 아모레퍼시픽에 비해 열위에 있었다. 따이공 중심의 시장에 맞추어 영업을 해서 얻는 이익이 그로 인한 손실보다 크다고 판단했기에 따이공에게 집중하는 선택을 할 수 있었다. 즉 LG생활건강은 기존 시장에 덜 최적화되어 있었기에 상대적으로 잃을 것이 적어 과감한 선택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책 '그로잉업'을 읽으면서, LG생활건강의 관점에서 그들이 차석용 부회장이라는 탁월한 리더를 바탕으로 어떻게 성공할 수 있었는지를 배울 수 있었다면, 책 '멀티팩터'를 읽으면서는 왜 아모레퍼시픽의 시선에서 왜 그들이 LG생활건강에게 선두를 내줄 수밖에 없었는지를 배울 수 있었다.
2) 스타일난다가 성공한 이유
스타일난다의 김소희 대표는 레전드로 꼽히는 창업가입니다. 특히 3CE라는 코스메틱 브랜드로 확장하면서 회사는 폭발적으로 성장하게 되었고, 결국 4천억원 안팎에 로레알에게 지분 70%를 매각했습니다. 스타일난다는 어떻게 이러한 엄청난 성공을 거둘 수 있었을까요?
김소희 대표가 스타일난다 고객들의 요청에 따라 화장품 사업을 시도할 생각을 한 시점은 2007년이었습니다. 스타일난다가 생긴 지 겨우 3년 된 시점이었지요. 당시 김 대표의 나이는 26세였다고 합니다. 여러 차례 ODM 업체를 설득한 끝에 스타일난다는 2009년에 다섯 가지 립스틱 1만 개를 납품받았고 그렇게 3CE의 첫 상품은 단 5일 만에 완판이라는 엄청난 인기를 얻게 되었지요.
3CE가 크게 성공할 수 있었던 대표적인 이유는 바로 김소희 대표의 트렌드를 리딩하는 안목과 실행력 등을 들 수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이야기할 수 있는 건 바로 K뷰티가 인기를 얻게 되었던 시대적인 흐름 속에 3CE가 출시되었기 때문이었죠.
때는 2007년, 홈쇼핑 방송에 한 마스크팩이 소개되었다. 배우 하유미가 광고모델이었기에 ‘하유미팩’이란 별명이 붙었던 ㈜제닉의 ‘셀더마 하이드로겔 마스크팩’이 바로 그것이다. 이 상품은 홈쇼핑 덕분에 초대박을 쳤다. 2000년대 초반까지 마스크팩 시장은 프리미엄 화장품 브랜드에서 내놓은 장당 1만 원이 넘는 상품들이 주류였다. 그런데 제닉의 하유미팩은 완전히 다른 상품이었다. 먼저 기존의 부직포를 액상 앰풀로 적신 타입이 아니라 마스크팩 자체가 겔로 된 형태라, 팩을 하는 동안에 액상이 흘러내리지도 않고 고르게 피부로 잘 스며드는 장점이 있었다. 더 충격적인 것은 가격이었다. 박스 단위로 수십 장을 주면서도 고작 99,000원이었다.
마스크팩은 코스메틱 제품 중에서도 가장 만들기 쉬운 편이어서 중소 브랜드들도 진입이 쉬웠다. 그리고 마스크팩 시장에서 성공을 노리는 수많은 신규 브랜드의 진입으로 기존의 앰풀 타입 마스크팩 또한 더 많은 투자로 품질이 높아졌다. 그런데 마스크팩의 시트는 종이가 아니라 직물인 만큼, 원단의 질과 기술에 따라 얼굴에 붙는 밀착력 측면의 품질과 원가가 결정된다. 우리나라의 섬유업은 일반적으로 고가 원단은 미국 등 섬유 선진국에 밀리고, 저가 원단은 중국 등에 밀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이 애매함이 마스크팩에서는 오히려 장점이 되었다. 얼굴에 붙이는 것을 저품질로 쓸 수는 없는 노릇이니 그보다는 좋은 것을 써야 하는데, 우리나라 섬유는 가격이 높지 않으면서도 품질이 꽤 괜찮았다. 그래서 가격도 가격이거니와, 밀착력도 좋고 품질도 좋은 마스크팩으로 글로벌 시장을 파고들 수 있는 강점을 차지했다.
마스크팩이 K-뷰티 붐의 선봉을 차지하고 나선 후, 곧 매스티지Masstige 상품군도 뷰티 붐의 대열에 합류했다. 그중에서도 두각을 보인 것이 색조 화장품 분야이다. 화장품을 기능에 따라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하면, 피부의 기초를 다지는 기초 화장품과 색을 입히는 색조 화장품으로 나눌 수 있다. 기초 화장품은 말 그대로 피부의 기초를 다지는 것인 만큼 사람들이 선택과 사용에 보수적이고, 되도록 더 좋은 것을 쓰려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색조 화장품의 경우에는 색을 내고 꾸미는 데 쓰기에 되도록 다양하게 상품을 구비하고자 하는 경향이 있다. 스타일난다의 마니아층 고객들의 연령대는 10대 후반에서 20대 초중반까지였다. 이제 막 화장과 꾸밈에 관심을 가지는 이 고객층이 먼저 선택하는 것은 기초 화장품이 아니라 색조 화장품이다.
앞선 포스팅에서 소개한 프릳츠가 스페셜티커피 시장이 인기를 얻어가는 시대적인 흐름을 잘 탔기 때문에 크게 성공할 수 있었던 것처럼, 스타일난다의 코스메틱 브랜드 3CE 또한 K뷰티가 인기를 얻기 시작했던 시점에 색조화장품 브랜드를 런칭했기 때문에 더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