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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오랫동안 베스트셀러였던 박정준 작가님의 책 <나는 아마존에서 미래를 다녔다>입니다. 평소에 아마존이라는 회사가 만들어내는 다양한 혁신과 비즈니스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었던 터라 자연스럽게 이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이 책은 아마존에 대한 책이기보단, 아마존에서 12년간의 도제 생활을 마치고 나온 인간 박정준의 이야기이라서 훨씬 매력적으로 다가온 책입니다. 책의 전반부는 '아마존'이라는 기업에 좀 더 방점이 찍혀 있다면, 책의 후반부로 갈수록 인간 박정준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룹니다. 특히 박정준 작가님이 인생의 여러 갈림길 앞에서 어떠한 생각을 바탕으로 선택을 내렸는지의 전과정을 솔직하게 풀어냅니다. 그래서 저는 이 책이 읽으면 읽을수록 더 좋았습니다. 보통의 다른 책들과는 달리 '전약후강'의 책이라고 할까요.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이란 무엇일까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듭니다.
밑줄 긋기 Highlights
<전반부 : 아마존에서의 이야기>
[스크럼]
아마존의 각 팀들은 매일 오전 15분 정도 스크럼 보드 앞에서 짧은 스탠드업 미팅을 가지고 각자의 업무 진행 상황을 공유하는데, 이 미팅이 사원들에게는 굉장한 압박으로 작용한다. 개발자들은 매일 아침마다 이 앞에 모여 짧게 미팅을 하는데 한 명씩 돌아가며 어제 자신이 마친 작업을 이야기하고 오늘 일할 새로운 작업 하나를 고르게 된다. 이렇게 2주 동안 ‘전력질주’를 하고 나면 마지막 금요일 오후에 관계자들 앞에서 작업물을 시연하고 어떻게 더 잘할 수 있을지 회의함으로써 한 주기를 마무리한다.
스크럼 프로세스를 통해 많은 일들이 깔끔하고 질서 있게 처리되는 것을 경험하고는 이를 내 개인의 시간 관리에도 적용하기 시작했다. 오늘도 내가 일하는 작은 사무실에는 여러 가지 포스트잇이 붙어 있다. 오늘 해야 할 일들은 주로 컴퓨터나 모니터의 왼쪽 아래에 붙이고, 지금 하고 있는 일은 오른쪽 아래에 붙인다. 잘 보이는 곳에는 1년의 목표와 원칙이 붙어 있고, 벽면에는 프로젝트들이 붙어 있는 작은 스크럼 보드가 있다. 우선 전날의 포스트잇에서 미처 끝내지 못한 주요 업무들을 옮겨 적고 나면 오늘 새로이 처리할 일들을 추가한다.
[업무의 기술]
1) 대화식 업무 기록 작성하기
스트레스는 줄이고 효율적으로 일하기 위해 적용하게 된 나의 방식은 대화식으로 기록하면서 일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내가 항상 하는 행동은 우선 새로운 문서를 하나 만드는 것이다. 새 문서를 만들 때 규칙을 가지고 제목을 지으면 후에 검색할 때 시간을 아낄 수 있다.
그리고 언제나 문서의 가장 윗줄에는 ‘목표’를 한 줄로 명확하게 쓰고 다음 줄에는 이를 달성하기 위해 취해야 하는 더 구체적인 단계들을 보통 4~6개가량 순서대로 쓴다. 이때부터 내가 일을 진행하는 방식은 단계에 따라 묻고 그에 대한 답을 하는 단순한 과정의 반복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한 번에 하나의 작은 질문이나 지시를 하고 그것을 해결하는 것에만 집중하는 것이다.
주로 개발 업무 때문에 생긴 습관이지만 10년 넘게 ‘신제품 출시’와 같은 사업 업무는 물론 ‘여행 계획’과 같은 개인적인 일도 같은 방식으로 처리하고 있다. 이 대화기록방식의 일처리가 좋은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한 번에 하나씩 일을 진행하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일이 순차적으로 진행된다. 그리고 오염되지 않은 사고의 흐름이 기록으로 남아서 미래에 비슷한 일을 할 때 큰 도움이 된다.
2) 나만의 업무 매뉴얼 제작하기
시간을 들여 우선 A4 용지 위에 관련 문서들을 참고하여 내가 이해하는 내용을 그리기 시작했다. 도해라고 해도 딱히 거창한 것은 아니고 대부분 수많은 도형과 화살표로 구성된 것이 전부였다. 각 부분과 그들의 상관관계나 흐름을 한 장의 그림으로 나타내고, 모르는 곳은 빈칸이나 물음표로 표시해두었다. 그러고 나서 명확하지 않는 부분들을 물어보기 위해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점차 완성도를 높였다.
동료들 또한 내가 만든 그림을 자기에게도 필요하니 꼭 하나 보내달라고 부탁하기 시작했다. 자칫 반복적으로 질문만 하는 무능한 동료에서 팀에 큰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된 것이다. 영어로 대화하는 것이 원어민처럼 쉽지 않아 커뮤니케이션이 항상 나의 단점이었는데, 그해 동료평가에서는 수많은 동료들이 효율적 커뮤니케이션을 나의 장점으로 꼽아주었다. 그 후부터 모르는 것을 누군가에게 물어볼 때는 무턱대고 묻지 않고 일단 내가 이해하는 것을 그림으로 그려서 그것이 맞는지 물어보는 습관이 생겼다.
<후반부 : 인간 박정준의 이야기>
아마존에서의 시간을 도제의 시간으로 보기 시작하면서 많은 것이 바뀌었다. 안정을 담보로 삶을 저당 잡히는 농노와 마스터로의 과정에 있는 도제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평생 있어야 한다면 괴로운 곳이지만 과정으로 보기 시작하니 이보다 감사한 곳일 수 없었다. 과분한 월급뿐 아니라 눈을 들어 살펴보니 참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곳이었다. 운 좋게도 나의 마스터인 아마존은 그 기간 동안 4차산업을 선도하는 가장 주목받는 기업이 되어 있었다. 돈을 받으며 가장 혁신적인 회사에서 그 성장과 성공의 원리를 보고 배울 수 있으니 이보다 더 수지맞는 장사가 없었다.
어차피 몇 년 뒤 졸업할 회사이니 승진을 위해 치열하게 경쟁할 필요가 없어졌다. 실제로 그때부터는 상사가 5년 뒤의 계획을 물으면 회사를 떠나 독립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좁은 사다리를 올라가기 위해 경쟁하기보다는 다양한 부서와 역할을 최대한 경험하면서 아마존의 여러 부분을 배우고 싶었다.
베조스 회장의 ‘후회 최소화 프레임워크(Regret Minimization Framework)’에 대해 듣게 되었다. 이것은 2010년에 자신의 모교인 프린스턴대학의 졸업 축사에서 한 이야기인데, 쉽게 말하면 ‘인생의 갈림길에서 어떠한 선택을 할 것인가?’에 대한 그의 삶의 공식이다. 사르트르(Jean Paul Sartre)가 인생은 B(birth)와 D(death) 사이의 C(choice)라고 말한 것과 같이 그 또한 “결국 우리는 우리가 한 선택 그 자체(In the end, we are our choices)”라고 이야기한다.
내가 잘하는 ‘게임(비즈니스)’과 ‘한국어’에 당시 나를 설명하던 키워드인 ‘아마존’과 ‘아빠’를 더했다. 그리고 이 네 원의 교집합에 속하는 사람은 세상에 당시 나밖에 없다고 확신했고, 결국 관련한 사업을 지금까지 해오고 있다. 나를 파악하는 과정을 통해 내가 가진 구슬들을 모아 하나로 꿰기 시작했고 ‘아마존’, ‘한국’, ‘아빠’, ‘비즈니스’의 키워드가 만나서 결국 ‘아마존에 한국의 아이용품을 판매하는 일’은 세상 누구보다 잘할 수 있다고 확신하기에 이르렀다.
마침 당시 아마존은 아마존 창고로 물건을 보내놓기만 하면 주문, 배송, 반품 처리까지 아마존이 일정 비용을 받고 모두 해결해주는 아마존 FBA 서비스를 갓 론칭했고, 한미 FTA가 체결되어 곧 한국에서 들여오는 물품의 관세도 없어졌다. 또한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소비자 시장이고, 한국은 세계 10대 수출국이었으며, 내가 살고 있는 시애틀은 한국과 가장 가까운 항구도시 중 하나였다. 이 모든 상황과 더불어 아마존에 근무하며 마켓플레이스에서 초창기부터 신발을 판매해온 경험과 한국말을 구사할 수 있다는 점, 두 아이의 아빠라는 점은 모두 한 점을 향해 화살표를 가리키는 듯했다.
그렇게 회사를 다니면서 본격적인 매트 사업을 시작하고 나서 3년이 지났다. 그 기간 동안 사업은 꾸준히 성장했고, 월급 이외의 소득도 적잖이 생겼다. 하지만 그러면서 다른 문제가 생기고 말았다. 어쩌면 그것은 자존감의 문제였다. 물리적으로 많이 매달려야 하는 형태가 아니어서 사업과 회사 일을 병행하는 것에는 큰 무리가 없었지만, 회사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지 않다는 생각이 나를 괴롭혔다. 회사에서 스스로 인정할 만한 수준으로 일하지 않고 머쓱하게 퇴근할 때마다 무언가 내 안에서 나를 부끄럽고 비참하게 만드는 감정이 올라왔다.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라는 직종에 생각이 꽂히자 지금까지 내가 쌓아온 모든 커리어가 이 한 점을 향해 모이는 듯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개발자로 시작해서 수년간 데이터를 만지며 경영 전반에 도움을 주고 있었기 때문에 기계학습과 통계적 모델링statistical modeling 같은 몇몇 전문적인 부분을 보완하면 충분히 실무 작업을 할 수 있었다. 나는 스탠퍼드대학에서 제공하는 온라인 기계학습 강의를 수강하기에 이르렀다. 대학 때 그리 좋은 성적을 받지 못했던 선형대수학부터 고급 통계학까지 씨름해야 했다. 해야 하는 일은 많았고 쉴 시간은 하나도 없어졌다.
나는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고민을 할 때 벤저민 프랭클린(Benjamin Franklin)이 조지프 프리스틀리(Joseph Priestley)에게 전해준 방법을 애용한다. 우선 종이를 반으로 접은 뒤 며칠 동안 고민하면서 한쪽에는 첫 번째 선택의 이유들을, 반대쪽에는 다른 선택의 이유들을 적는다. 그렇게 종이가 채워지면 각 이유들에 대한 중요도를 평가해서 양쪽에 속한 이유들의 중요도가 같으면 둘 다 리스트에서 제외시킨다. 만약 한쪽의 한 가지 이유의 중요도가 반대쪽의 두 가지 이유의 중요도와 비슷하면 세 가지를 모두 지우는 식이다. 사업을 그만두고 데이터 사이언티스트가 되는 것과 회사를 그만두고 사업을 하는 것을 두고 이 과정을 거쳤는데, 이번만큼은 결정이 쉽지 않았다.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로 가는 길은 조금 더 안정적이고 빛나는 듯 보였지만 ‘나밖에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보기에는 조금 부족했다.
나는 아마존에서 경영과 관련한 다양한 경험을 쌓았고, 가장으로서 최소한의 경제적 책임을 질 수 있을 수준으로 사업은 성장해 있었다. 고맙게도 아내는 나를 믿어주었고, 그렇게 나는 12년간의 아마존 도제 시간을 마무리했다. 나는 아마존에서의 근무 기간을 도제 과정으로 여기고 있고, 그 가르침을 남은 내 삶에 녹여내야 할 의무를 느낀다.
나는 아마존, 이베이, 월마트, 웨이페어(Wayfair)가 제공하는 온라인 플랫폼 위에 사업을 하고 있으며, 홈페이지는 쇼피파이(Shopify)라는 쇼핑 사이트 플랫폼을 통해 구축했고, 디자인 작업이나 제품명을 정하는 등의 전문적인 작업이 필요하면 전문 인력시장인 파이버(Fiverr.com)를 통해 세계 각국의 프리랜서 인재들에게 원하는 작업을 맡기고 있다. 광고는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의 광고 플랫폼을 통해 정확히 내가 원하는 타깃 고객들에게 제품을 노출시킨다. 좋은 아이디어가 생겼는데 자본이 필요하다면 킥스타터(Kickstarter) 같은 클라우드 펀딩 플랫폼을 통해 아이디어를 지지하는 세계의 수많은 이들의 호주머니에서 충당할 수 있다.
현재 내가 혼자서 일하는, 물류창고에 딸린 5평 남짓한 작은 사무실은 초라할 정도로 단출하다. 벽에는 나만의 작은 스크럼보드에 몇 장의 포스트잇이 붙어 있고, 매일 아마존 근무 때의 습관처럼 한 장의 포스트잇에 그날의 할 일을 적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내가 아마존을 통해 판매하는 놀이방 매트는 초기엔 아동용 캐릭터와 동물, 알파벳, 숫자 등이 화려하게 그려진 디자인이 주를 이뤘다. 같은 값이면 많은 내용이 담긴 것이 당시의 아시아 고객들에게 선호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후 철저히 미국 현지 고객의 관점에서 새로운 디자인을 개발했고, 단순하고 고급스러운 러그 느낌의 디자인으로 탈바꿈한 매트는 해당 카테고리에서 독보적인 베스트셀러 자리를 수년간 지키고 있다. 그 뒤에는 고객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뒤적였던 수백 페이지의 잡지 이미지들과 현지 디자이너들과의 길고 긴 대화가 숨어 있다.
매트의 브랜딩을 위해 ‘매트의 본질’에 대해 몇 주 동안 사색했다. 결국 매트의 본질은 ‘보호하는 것’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보호를 통해 삶에 대한 모험심을 갖도록 하는 데 있다는 것에 생각이 다다랐고, 이에 따라 아래와 같은 마음에 드는 카피를 뽑을 수 있었다. ‘모든 모험은 안전한 땅에서부터 시작된다Every adventure starts from the safe grou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