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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의 3년 이하 서점들: 솔직히 책이 정말 팔릴 거라 생각했나? │ 브로드컬리
🧐 매터오브’s 코멘트 Comments
브로드컬리(Broadcally)라는 출판사가 내놓는 책들은 서울의 웬만한 독립서점들을 가면 항상 눈에 띄게 매대를 차지하고 있던 책이어서, 읽진 않았아도 늘 관심이 가던 책이었어요. 무엇보다 제목이 호기심을 자극할 정도로 직관적이면서 강렬했고, 책의 깔끔한 디자인도 눈에 띄었습니다.
브로드컬리의 책 중 가장 먼저 읽은 건 <서울의 3년 이하 서점들: 솔직히 책이 정말 팔릴 거라 생각했나?>입니다. 이 책을 읽고 느낀 점은, 한마디로 '재밌다'는 거였습니다. 무엇보다 빠르게 읽혔어요. 독립서점의 주인들을 만나 인터뷰를 하는 형식이 흥미로웠고, 그 내용 또한 날 것 그대로라 몰입도가 높았습니다.
이 책은 생각보다 더 현실적이고, 생각보다 더 날 것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내용 편집도 독특했어요. 로컬숍 연구 '잡지'이기에 사진이 많지만 모두 흑백 사진이었고, 인터뷰 내용 중 편집자가 강조하고 싶은 이야기는 한 페이지를 모두 할애해 큼지막하게 다시 정리해줍니다. 읽다보면 느끼시겠지만, 이 책은 독립서점을 오픈했을 때의 현실적인 이야기, 즉 '수익구조'과 관련된 이야기에 많은 부분을 할애해요. 한마디로 짧지만 묵직한 책, 쉽게 읽히지만 생각할 거리를 많이 남겨주는 책입니다.
이 책의 핵심 키워드를 꼽자면 도서정가제, 공급률, 임대료 3가지입니다. 도서 유통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여러 인터뷰이의 목소리를 빌어 지적하고 있어요. 사실 이 책은 4년 전에 나온 책입니다. 그래서 다시 검색을 해보니 아쉽게도 인터뷰한 서점들 중 현재 더 이상 영업을 하고 있지 않거나, 운영의 태를 달리한 서점들도 종종 보여요. 지금 달리 어떤 길을 걷고 있든, 응원을 보냅니다.
PS. 다른 서점들 또한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많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인사이트가 돋보였던 곳은 정지혜 씨의 사적인서점을 꼽고 싶어요. 현재 서점의 인스타그램을 팔로우하고 있기도 합니다. 사적인서점은 다음 포스팅에서 보다 깊게 다루어 보겠습니다.
[인상 깊었던 인터뷰 구절들]
퇴근길 책 한 잔, 김종현 대표
서점의 재정 상황이 생활비 정도 남는다고 했는데, 만족하나?
연봉 1억 받는다고 쳐보자. 하루에 대충 30만 원 버는 거다. 내가 누리는 자유는 하루 30만 원보다 가치 있다고 본다. 얼마의 돈이면 내 하루를 바꿀까. 얼마면 만족할 만하겠나.
술 판매가 책 판매에 도움 된다고 보나?
와인 한잔 마시면서 책 읽으면 좋지 않나. 일단 내가 그렇고,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 이곳으로 모인다. 술 한잔 하면서 책 펼쳐 보다가 마음에 들면 사 읽는 거다.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좋은 걸 왜 따로 하나, 같이 하지.
서점의 탈을 쓴 술집이 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지?
유독 서점의 영업형태에만 고상한 잣대를 들이대는 관점에 동의하지 않는다. 서점들 스스로 서점의 이상적인 쓸모를 규정하고 서로에게 강요한다. 그럴 필요가 도대체 뭔가. 서점이 무슨 벼슬인가.
애초에 서점이고 싶은 생각 없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채운 공간을 만들었을 뿐이다. 책이 있고 술이 있고 사람이 있다. 그저 내가 생겨 먹은 대로 펼쳐 놓은 공간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찾아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오히려 누구도 따라할 수 없는 하나뿐인 전문성 아니겠나.
명품 관리 제품 팔던 회사 대표가 자발적 거지를 논하면 가식적으로 보이지 않겠나?
사람은 변한다. 경험을 통해 깨닫는다. 어떤 삶의 방식이 나에게 맞는지 살면서 차차 깨닫게 되었다. 지금은 자발적 거지를 논하지만 언젠가 또 다른 경험을 계기로 다시금 가치관이 변할 수도 있을 거다. 경험을 통해 기준을 만들고, 기준을 통해 선택하고, 선택을 통해 또 다른 경험을 쌓아 가는게 인생 아닐까 싶다.
서점을 해서 부럽다는 말 들으면 뭐라고 대답하나?
어차피 다 거짓말이다. 진짜 부러우면 지가 서점 차리겠지. 각자 나름의 기준으로 49가 아닌 51을 취하며 살아가는 것 아니겠나. 스스로 포기한 49의 아쉬움을 부럽다고 말해서 무슨 의미가 있나.
소규모 서점 수 증가 추세를 어떻게 바라보는가?
서점 뿐만이 아니다. 자영업 전반에 젊고 색깔있는 가게들이 늘고 있다. 남들 보기에만 번듯한 회사생활에 매력을 못 느끼는 젊은이가 많아졌기 때문일거다.
본인의 서점은 사업적 시도인가 자아실현 수단인가?
자아실현은 거창하고, 개인적인 실험이라고 생각한다. 자본주의의 노예가 되길 강요하는 사회에서 내 마음대로 사는 것이 가능한지에 대한 실험, 자발적인 거지로 살아가는 것이 가능한가에 대한 실험이다.
앞으로의 목표가 있다면?
하루하루 내가 살고 싶은대로 살 수 있는 자유를 지키는 게 목표다.
51페이지 김종원 대표
(아쉽게도 51페이지는 더 이상 검색되지 않는다.)
직장 일을 관둔 이유는?
하고 싶은 일을 해보자는 생각보다 인생의 장기적인 리스크를 주도적으로 관리해보자는 판단에서 퇴사를 결정했다.
인생 길게 놓고 봤을 때, 시도 자체에 이미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직장 생활 11년 차에 사표 내기 쉽지 않았을 텐데?
실력과 감각의 기준에서도 내리막보다는 오르막에서 변화를 도모하는 편이 조금이나마 유리하지 않겠는가 생각했다. 회사 안에서 높은 능력치를 발휘할 때, 회사 밖의 도전도 가능하지 않겠나.
서점의 위치를 선정한 기준은?
요즘은 손님이 2~3명만 돼도 공간이 꽉 차는 서점도 많은데, 개인적으로 좀 불편했다. 공간을 점유하는 부담 때문에 오래 머무르기 민망하더라. 마음 편히 책 보기도 힘든 것 같고. 그래서 큰 공간을 찾았다.
예상했던 매출 구조인가?
동네에 서점이 생겨서 좋다고 말하는 손님이 많다. 사람들이 책을 안 읽는다지만, 책이 싫어서가 아니라 책을 보여주는 데가 없어서 그런 것일 수도 있겠구나 싶다.
책 판매만으로 서점을 유지하긴 어렵다고 전제했나?
한 달에 책을 500만 원치 판다고 해도 남는 돈은 기껏해야 150만 원이다. 임차료 나가고 공과금 나가면 인건비는 제로에 가깝다. 그렇다고 책이 500만 원씩 팔리는 것도 아니고. 책만으로는 힘들다.
유지 비용은 주로 어떻게 구성되는지?
월세, 도서 구매비, 그리고 기타 비용의 비율이 5:3:2정도 된다. 기타로 묶은 비용으로는 커피와 맥주 원재료비, 건물 관리비, 공과금 등이 있다.
돈 벌려면 서점 하지 말라는 말에 동의하는가?
유독 서점의 경제적인 어려움을 부각하는 분위기에 오히려 불만이다. 카페를 열면 서점보다 쉬울까. 초기 투자 비용으로 비교하면 열 배가 넘는 위험을 안고 시작해야 하는 사업이다. 월 매출 500~600만 원 나와도 장비 감가상각에 월세까지 빼고 나면 직원들 월급 주기 빠듯한 곳이 많을거다. 서점이 망하는 것과 똑같다. 카페도 커피 못 팔면 망한다.
책이 읽히지 않는 시대라며 환경 탓만 해서 나아질 게 없다. 다방이 카페로 변화했듯 서점도 변화해야 한다.
서점을 시작한 뒤로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은?
돈이 되냐고 가장 많이 묻는다. 기분이 썩 좋지는 않다. 서점에 투영한 수많은 고민을 돈이라는 한 단어로 평가하려 하니까. 차라리 되묻고 싶다. 당신의 모든 선택은 오직 돈이 기준이었나.
이후북스 황남희 대표
제주도에서 얻은 게 있다면?
공간에 대한 막연했던 그림이 구체적으로 그려졌다. 소심한책방, 라바북스, 라이킷 같은 서점들 덕이다.
서점의 커피 등 음료 취급이 서가 운영의 전문성 확보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두 배로 노력을 하는 거지, 반씩 나누지 않는다.
페업하는 서점을 바라보는 마음은?
남의 일 함부로 평가하고 싶지 않다.
추천할 만한 서점이 있다면?
승인동의 고양이 책방 슈뢰딩거, 연남동의 헬로인디북스, 자신만의 색깔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서점들이다.
노말에이 서지애 대표
돈 벌려면 서점 하지 말라는 말에 동의하는가?
서점을 열어보면 누구나 알 수 있다. 구조적으로 돈 벌기 힘들다. 출판 유통 구조적으로 서점이 뭔가 해볼 여지가 별로 없다. 수요는 한정되어 있고, 가격은 출판사가 매기고, 마진은 도매상이 정하니까.
서점의 위치는 어떻게 정했나?
독립 출판물을 소개하는 서점이 없는 지역을 우선으로 찾았다. 다음으로 보증금 시세를 봤고, 동시에 소규모 서점 수요가 확보될 수 있을 만한 지역을 고민했다. 서점 운영 수입의 70%가 월세로 나가고 있다.
추천할 만한 해외 독립 출판물은?
여행 잡지 보트 매거진. 세계 각국의 도시를 한 호에 한 곳씩 다룬다. 뭘 먹고 뭘 보자는 소비 정보가 아닌 현지의 삶에 대한 이야기가 중심이다. 레이캬비크, 사라예보, 디트로이트 등 선정하는 도시부터 참신하다.
해외 독립 출판물 수급에 어려움은 없는지?
욕심내는 만큼 잡무가 많아진다. 보트 매거진을 직거래로 수급해서 2만 원대에 판매하고 있는데, 총판을 끼게 되면 수수료 때문에 판매가가 5~6만원이 된다. 아무리 좋은 책이라도 누가 잡지를 6만원에 사보겠나. 하여 다소 수고롭더라도 직거래로 가져오고 있다.
인공위성 김영필 대표
종수가 열 권이 안 되는데 서점 운영이 되나?
그나마 열 권도 표지와 제목을 완전히 가리고 포장해서 판매한다. 오직 해시태그 키워드로만 책을 구분할 수 있다. 독자는 책의 제목이 아니라 자신의 고민과 공명하는 키워드로 책을 찾고 구매한다.
서점의 낭만을 부정적으로 보나?
낭만을 싫어하는 사람이 어디 있나. 다만 취미 활동이 아닌 이상, 실무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낭만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냉정한 시장 판단과 함께 치밀한 사업적 노력이 필요하다.
폐업할 지경까지 노력을 안 할 운영자가 있겠나?
노력의 해석을 달리하고 싶다. 열심히 하는게 문제가 아니라 방향이 문제인 것이다. 본인의 발걸음이 옳은 방향으로 향하고 있는지 항상 점검해야 한다. 아침부터 밤까지 쉬지 않고 일했으니 무조건 잘 될 거라 기대하는 태도가 오히려 노력의 부재이고 무책임이다.